2017년 4월 1일, 엔비디아(NVIDIA)가 유튜브에 ‘GeForce GTX G-Assist를 소개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 했다. 영상 속에는 컴퓨터에 꽂을 시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을 학습한 뒤 이를 모방하여, 유저를 대신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담긴 USB가 담겨 있었다. 신선하고 획기적인 기획이었으나… 만우절 장난에 불과했다. 엔비디아는 G-Assist와 같이 유저를 대신하여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인공지능이 게임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1992년 발매한 울펜슈타인 3D의 NPC에서부터 시작한 ‘봇’은 지금까지도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와 같은 유명한 MMORPG에서 사용되고 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계 챔피언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이러한 업적이 주목받은 이유는 바둑이 체스와 비슷하게 무수한 변수와 가능성을 품고 있어 기존에, 인공지능에게는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지던 전략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인공지능은 세계 챔피언과의 총 다섯 번의 대결 중에서 4번을 승리하였으며, 이는 수많은 프로 바둑 대회의 개최를 취소시키고 근래에는 이세돌 선수를 은퇴하게까지 하는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인공지능 기술은 대체 어떠한 방식으로 이렇게 게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게임 속 인공지능의 역사에 대해 파헤쳐 보아야 한다.


게임 속 인공지능 발전의 초창기는 주로 NPC 캐릭터들에 치중되어 있었다. NPC들은 지능적인 것처럼 보였으나 그렇게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유한 상태 기계(Finite State Machine)가 있다. 유한 상태 기계는 플레이어의 행동에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NPC 병사는 플레이어가 바로 앞으로 움직일 경우 그를 공격했으며 체력이 낮아질 시 후퇴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배틀필드, 콜 오브 듀티, 툼 레이더 등에 사용된 방식이다. 이보다 발전된 방식은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이라고 불린다. 1997년 체스 챔피언을 이기는 데에도 사용된 이 알고리즘은 자신에게 가능한 모든 움직임을 고려한 뒤 이에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고려하고,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여 시작점으로부터 하나의 나무(트리)와 같은 형태를 만든다. 그 뒤에는 개중에서 가장 적합한 움직임을 선택하고,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이와 같이 유한 상태 기계나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과 같은 방식은 캐릭터를 지능적으로 보이게 하고 체스에서 사람을 이기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학습 능력은 부족했다. 신경망은, 그에 반해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학습하도록 설계된,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든 알고리즘이다. 세대에 걸친 신경망들은 더 나은 플레이어 ‘세대’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다. 일련의 인풋들이 무작위의 움직임을 생성하는 숨겨진 층을 지나면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아웃풋들이 선택되고, 이는 다시금 신경망에 입력되어 앞선 단계를 반복한다. 이러한 작업이 수천, 수백만 번의 반복되면, 인공지능은 매우 정교하고 지능적이게 된다. 세계 챔피언 이세돌에게서 승리한 알파고도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인공지능이 팩맨에 통달하는 것에서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것까지,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 몇십 년간 게임 속 인공지능은 기본적인 의사 결정 트리에서부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복잡한 신경망이 되기까지 큰 진화를 거쳤다. 이러한 결과는 게임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 모두를 미칠 것이다.


가장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사례는 2019년 4월, 오픈AI 5이 프로 Dota 2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을 때다. 이제는 게임을 잘하는 것은 천 시간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단기간에 훈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능가하지 않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은 프로 게임 산업의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프로게이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게임 개발을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히트맨이나 GTA처럼 디테일에 치중된 게임을 완전한 기능을 갖춘 채로 만드는 것이 사람에게는 수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할 것에 비하면 가상의 건물을 구축하도록 훈련된 인공지능이 같은 작업을 하는 데에는 훨씬 적은 시간, 돈과 자원이 소요 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그 발전은 의심할 여지 없이 양날의 칼이며, 삶과 기술의 여러 부분에 그러하듯이 게임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고로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에서 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이 만들어 낸 게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윤정, Yun Jeong (Sarah) Seong 옮김

Seong Hun (Shaun) Lee

Student of NLCS Jeju
Member of NLCS Jeju Computer Science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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