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8일, 서울서이초등학교 교보재 준비실에서 2년차 신규 교사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담당 학급 내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빌미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서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 및 폭언, 또 이를 알면서도 집단 침묵을 지시한 교내 윗선 등이 화근이었다. 비슷한 경험이 수두룩한 교사들로 이루어진 많은 교사 단체는 이 죽음에 깊은 추도를 표하고 더불어 교권 회복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여론은 이상하게도 학부모의 ‘갑질’로 인해 벌어진 이번 사건의 핵심을 엉뚱한 데로 옮기고 있다. 바로 오은영 박사의 ‘금쪽이 솔루션’이다. 오은영 박사가 근 몇 년 간 진행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문제 아동들을 대상으로 제시한 ‘마음 헤아리기’ 등의 부드러운 해결책들이 마치 매우 심각한 아이의 문제도 몇 번의 상담을 통해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여럿 학부모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서울대 의학 박사의 주장이다. 이 ‘오은영 박사 책임론’을 시작으로 오은영 박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JTBC 등의 유명 방송사에서도 이런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본 주장은 오은영 박사를 시기질투하는 이들이 이번 사건을 기회로 그녀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논란의 기폭제가 된 본 사건의 핵심은 학부모의 과도한 갑질, 보고도 모르는 척 했던 윗선, 그리고 비극적 죽음을 애당초 방지할 수 있었던 제도적 장치의 부재가 아니겠는가? 문제 아동들의 심리를 개선하고 행동을 교정한 오은영 박사가 도대체 어떠한 책임이 있는가? 비판의 화살은 당연히 한 사람의 인생을 무리한 요구를 통해 망쳐놓은 학부모에게 향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사회적 규율 또한 확실히 교육해야 한다고 일관성 있게 주장해온 오은영 박사의 말을 제멋대로 곡해하여 교사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해온 학부모들이 이 사건의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회적 여론은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제도적으로 교권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 것인지에 초첨을 맞추어 보다 건설적인 논의를 이뤄나가야 한다. 논지에서 한참 벗어난 채 누군가를 싸잡아 마녀사냥하는 듯한 여론의 흐름은 지금 당장 반드시 멈춰져야만 한다.

김건이 Keonyi Kim 옮김

Keonyi Kim

Writer of NLCS 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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